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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균열(龜裂) 11화 — 두 정거장 | 무료 연재 현대 판타지 균열 (龜裂)11화 — 달리는 다리· · ·발신자의 답장은, 사흘 동안 오지 않았다.준혁은 그 사흘을 평소처럼 살았다. 새벽 알바, 학교, 새벽풀이 답글. 핸드폰을 너무 자주 확인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책상에서 떨어진 자리에 엎어 두었다.두 번째 날 저녁, 준혁은 한 가지 변화를 알아챘다.그 커뮤니티에, 새 풀이가 올라와 있었다.준혁이 올린 게 아니었다. 다른 사람의 풀이. 그런데 그 어조가, 묘하게 익숙했다.군더더기 없는 문장. 답에 도달하는 단계를 압축하지 않고 모두 보여주되, 학생이 어디서 막힐지를 정확히 짚어주는 방식. 풀이 끝에 "이 부분은 그냥 외우지 마세요"라는 식의 짧은 코멘트가 붙어 있는 것까지—준혁이 자기 풀이에 쓰는 방식과, 너무 비슷했다.닉네임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청량튜터.' ..
[웹소설] 균열(龜裂) 10화 — 같은 자리 | 무료 연재 현대 판타지 균열 (龜裂)10화 — 같은 자리· · ·준혁의 질문에, 발신자는 곧장 답하지 않았다."당신, 누구예요"라는 한 줄을 보낸 뒤, 준혁은 새벽 근무를 마쳤다. 핸드폰 화면은 그 사이 한 번도 깜박이지 않았다. 답장 알림은 오지 않았다.준혁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했다.발신자도 지금, 어떻게 답할지 망설이고 있는 거였다.그건 어떤 면에서는, 준혁에게 정보였다. 망설이는 사람은—함부로 거짓말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발신자는 준혁에게 자기를 어떻게 보여줄지 진지하게 고르고 있었다.준혁은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옥탑방으로 돌아와 한두 시간 눈을 붙였다.그리고 평소처럼 학교로 향했다.· · ·그날 학교는 특별히 다를 게 없었다.다만 한 가지, 작은 변화가 있었다.점심시간, 준혁이 매점에서..
[웹소설] 균열(龜裂) 9화 — 발신자 | 무료 연재 현대 판타지 균열 (龜裂)9화 — 발신자· · ·준혁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핸드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그는 옥탑방의 좁은 방 안을 한 바퀴 둘러봤다. 형광등이 미세하게 윙윙거렸다. 창밖에선 늦은 저녁의 도시가 낮게 깔려 있었다.당황하지는 않았다. 당황은 선택지가 있는 사람이 하는 거였다. 준혁에게 지금 필요한 건 패닉이 아니라 계산이었다.그는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다시 들었다.그리고 익명 쪽지를 한 번 더 읽었다.풀이 잘 봤어요. 그런데 학생, 그 풀이 방식—두 달 전에는 못 했을 텐데요.혹시 그 사고와 관련 있나요?준혁은 이 두 줄을 분해하기 시작했다.한 단어, 한 단어. 능력이 생긴 머리는, 이런 종류의 일에 가장 잘 맞았다.· · ·먼저, '학생'이라는 호칭.새벽풀이 계정에는 자기를 학생이라고 밝힌 적이..
[웹소설] 균열(龜裂) 8화 — 옆자리 | 무료 연재 현대 판타지 균열 (龜裂)8화 — 옆자리· · ·다음 날 아침, 준혁은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아직 1교시 종이 울리려면 한참 남아 있었다. 복도는 거의 비어 있었고, 햇빛이 창을 통해 길게 들어오고 있었다.준혁은 2반 교실 앞을 지나갔다.한 번. 그리고 다시 한 번.박지우는 자기 자리에 있었다. 창가에서 두 번째 줄. 책상 위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창밖을 보고 있었다. 가방은 의자 옆에 곱게 세워져 있었고, 책상 위에는 책도 필통도 없었다.그 빈 책상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준혁은 교실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복도 끝의 정수기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천천히 돌아오면서—2반 앞에서, 잠깐 멈췄다.박지우는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준혁은 한 가지를 깨달았다."말 한 번 걸기"라는 게, 생각보다 어..
[웹소설] 균열(龜裂) 7화 — 보이는 사람 | 무료 연재 현대 판타지 균열 (龜裂)7화 — 보이는 사람· · ·'새벽풀이'라는 이름은, 생각보다 빨리 퍼졌다.첫 풀이를 올린 지 닷새 만에, 준혁의 게시물은 수능 커뮤니티 인기글에 올라가 있었다. 댓글이 백 개를 넘었다. 모르는 학생들이 자기 어려운 문제를 들고 와 풀이를 부탁했다.준혁은 매일 새벽 알바를 마치고, 학교에 가기 전 한두 문제씩 답해줬다. 잠을 줄여야 했지만, 사고 이후 그의 몸은 네 시간 수면으로도 충분히 굴러갔다.그리고 일주일째 되던 날, 첫 쪽지가 들어왔다.혹시 유료 과외도 가능할까요? 시간당 얼마든, 말씀만 해주세요.준혁은 그 쪽지를, 편의점 카운터 안에서 한참 들여다봤다.유료 과외. 그가 머릿속으로만 그려놨던 다음 단계가, 누군가의 손에서 먼저 다가온 거였다.그는 천천히 답을 적었다.얼굴은 드러내지 않..
[웹소설] 균열(龜裂) 6화 — 머리 | 무료 연재 현대 판타지 균열 (龜裂)6화 — 머리· · ·박성재는, 다시 오지 않았다.골목에서의 그날 이후, 박성재와 그의 패거리는 준혁을 멀리했다. 복도에서 마주쳐도 시선을 피했다. 준혁이 무섭다기보다는, 준혁이 '이해되지 않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이해되지 않는 것을, 본능적으로 건드리지 않는다.준혁은 그 거리감이 편했다.그렇게 한 주가 지났고, 준혁의 일상은 다시 잔잔해졌다. 새벽 알바, 학교, 다시 새벽 알바. 능력은 여전히 그의 안에 있었지만, 준혁은 그것을 거의 꺼내지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이었다.월요일 1교시, 수학 시험이 있었다.준혁은 수학을 못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잘하지도 않았다. 딱 중간. 공부할 시간이 없는 학생의 평범한 성적이었다. 새벽에 일하고 낮에 수업을 듣는 사람에게, 따로 문제집을 풀 시..
[웹소설] 균열(龜裂) 5화 — 골목 | 무료 연재 현대 판타지 균열 (龜裂)5화 — 골목· · ·준혁은 그 골목을, 미리 봤다.전날 밤, 눈을 감았을 때였다. 어둠 속에 떠오른 장면. 학교가 끝난 뒤의 좁은 골목. 준혁이 집으로 돌아갈 때 늘 지나는 그 길. 그 길목에 서 있던 여러 명의 그림자.그래서 준혁은, 다음 날 그 골목을 향해 걸어가면서—놀라지 않았다.방과 후의 햇빛이 골목 입구에 비스듬히 떨어지고 있었다. 좁고 막다른 길이었다. 한쪽은 빌라 담벼락, 다른 쪽은 셔터 내린 가게들. 사람이 드물게 다니는, 준혁이 집까지 가는 시간을 아끼려고 늘 질러가던 지름길.그 골목 안에, 박성재가 있었다.혼자가 아니었다.다섯이었다. 박성재, 그리고 그의 패거리 넷. 어제 복도에서 미끄러졌던 김재호도 그 안에 있었다.준혁은 골목 입구에서 걸음을 멈췄다.돌아갈 수 있었다. ..
[웹소설] 균열(龜裂) 4화 — 손목 | 무료 연재 현대 판타지 균열 (龜裂)4화 — 손목· · ·준혁이 학교로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다.퇴원 후의 일상은 빠르게 제자리를 찾았다. 편의점 새벽 근무, 학교, 그리고 다시 새벽 근무. 능력이 생겼다고 해서, 그 일과가 달라지지는 않았다.교실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아무도 그가 트럭에 부딪혔다는 사실을 화제로 삼지 않았다. 낙산고에서는 누군가 다쳐 사라졌다 돌아오는 일이, 그리 특별한 사건이 아니었다. 다들 자기 삶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준혁은 그게 차라리 편했다.그는 늘 그랬듯 교실 뒤쪽 구석에 앉아, 말을 아끼고 표정을 아꼈다. 능력이 생겼다고 해서, 그 원칙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오히려 더 철저해져야 했다.준혁은 며칠 동안 자신을 단속했다. 무거운 것을 들 때는 일부러 두 손을 썼다. 계단을 오를 때는 의식적..